주말에 타 부서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 부서 사람들도 그 행사에 참가하는데, 나는 개인 일정이 있어 참석을 못했다.
그 행사는 퀴즈대회인데, 우리 부서에서는 딱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에 좀 불안하고, 내가 가서 좀 챙겨줘야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 일정 또한 빠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또 내가 주관하는 행사도 아니기에 괜찮으려니 하고 개인 일정을 보러 갔다.
그런데, 행사 당일 우리 부서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행사장에 왔는데, 자기가 퀴즈대회 참가하는 선수로 되어있다.
퀴즈대회가 어떻게 하는거냐?
아...
설마설마 했더니, 주관부서에서 참가자 의사는 확인도 안하고, 단톡방 공지로 퀴즈대회 참가 선수를 정해서 진행해버렸구나.
우리 부서 사람들은 그 행사에 크게 관심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마지못해 참석한건데, 최소한 본인의사는 확인해야 하지 않았나?
이 주관부서는 어째 이리 일방적으로 진행할까?
단톡방에 그냥 이렇게 참가선수 올립니다.
하면 끝인가?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부서도 있지만, 우리 부서는 자발적인 참가 신청자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그냥 공지로만 참가선수를 정해버리면 너무하는거 아닌가?
하고 주관 부서를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서 그 얘기를 같이 있던 형님에게 했는데, 그 형님이 이야기를 듣더니, 그러면 네가 미리 주관부서 담당자와 의논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무언가 마음이 요란해졌다.
'아니, 주관부서에서 나한테 협조 요청을 해야지, 왜 내가 먼저 연락해서 의논을 해야 하느냐' 라고 했더니, 네것 내것 따지는 것보다 누구라도 나서서 일단 행사 참가자들이 당황하거나 난처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거 아니냐 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욱 하고 화가 올라왔다.
아니, 주관부서에서 협조 요청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나서서 우리 부서 사람들이 상황이 어려우니, 배려 좀 해주세요 라고 얘기를 하겠냐고 형님에게 따졌다.
어떻게 내가 그 부서 주관자가 나보다도 선배인데 먼저 나서서 그 부서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형님은 왜 얘기를 못하냐는 것이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 할 생각을 해야지, 왜 그럴 생각도 안하고 못한다고만 하냐는 것이다.
나는 이제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항변하고 있었다.
형님은 타부서 에서 주관하는 일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수 있냐?
왜 그렇게 쉽게 얘기하냐?
말이 쉽지 그게 되냐?
이 말을 열을 내면서 소리소리를 질러가며 했다.
형님은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계속해서 차분한 말투로, 그래도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해야 행사 참여자들이 잘 참여하게 될지 고민을 해봐야지, 고민도 안하고 안된다고만 하면 안되지 않겠냐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만, 나는 그 때 화가 나서 정신이 없었다.
고민해도 방법이 없는 일에 어떻게 고민을 하냐?
형님은 방법이 있냐?
타부서 선배에게 이런 저런 점을 보완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냐?
왜 안되는 일에 나보고 고민을 하라고 하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나이드신 집안 어른들도 계셨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도 다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현타가 온다.
아....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형님은 언성 한번 높이지 않았는데,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 흥분했을까?
돌이켜 생각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 행사장에 가서 우리 부서 사람들을 좀 살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가서 살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찔리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 행사장에서 우리 부서 사람들이 잘 있었으면 내가 괜찮았을 것인데, 퀴즈대회 참가선수로 되어있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그 미안한 나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탓하는 것으로 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주관부서 네가 잘못해서 그런거잖아.
그래서 우리 부서 사람들이 당황했잖아.
하고 탓을 하면서, 내가 우리 부서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미안함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형님에게 정곡을 찔리고 나니, 무안하고 나에 대한 비난으로 들리고, 사실은 내가 내 마음속에서 나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안되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흥분하고 화를 내었던 것 같다.
무안해서.
나의 잘못을 들킨 것 같아서.
나중에 형님과는 잘 이야기 하고 풀었다.
나는 주관부서를 탓하고 싶었는데, 형님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했어야지 하고 말씀하시니, 맞는 말씀이지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속마음을 말씀드렸고, 형님도 내가 네 마음에 먼저 공감을 해주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빠졌었다며 나를 달래주셨다.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는다고 한다.
찔리는 사람이 더 크게 화를 내는 것 같다.
걸리는 게 없었어도, 내 스스로 떳떳했어도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앞으로는 순간적으로 격앙될 때, 내가 내 마음 속에서 이미 무언가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기를 주의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