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18과 '이진숙'을 겹친 그림, 폭력의 거울을 보다

국가 폭력과 현대 정치인을 병치해 시대적 모순과 상처를 고발

코리아NEWS 취재팀
5·18과 '이진숙'을 겹친 그림, 폭력의 거울을 보다 - 문화 | 코리아NEWS
5·18과 '이진숙'을 겹친 그림, 폭력의 거울을 보다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이 그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참혹하고 깊은 상처를 작가 고유의 거친 색연필 드로잉과 해체주의적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둥근 테두리 안의 공간은 역사적 비극이 박제된 무대처럼 작동하며, 하단에 적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제일 거시기한 것이 무엇이니?"라는 물음은 이 폭력의 현장 앞에 서서 말문이 막히는 인간적 참담함을 대변합니다.

화면은 5·18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과, 현대 정치 지형 속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호명된 '이진숙'의 모습을 한 화면 안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병치시키고 있습니다.

계엄군의 폭력과 붉은 군중: 연단 위에서 곤봉을 치켜든 녹색 군복 차림의 인물은 5·18 당시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던 계엄군의 야만성을 상징합니다.

그 앞에는 곤봉으로 내리치려는 일촉즉발의 순간과 함께, 붉고 보라빛으로 얼룩진 익명의 시민이 무력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는 국가 폭력이 일개 개인의 신체를 어떻게 짓밟는가를 보여주는 원초적인 고발입니다.

이진숙이라는 이름과 아이러니: 화면 우측 하단에는 고유명사 "이진숙"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으며, 인물이 곤봉을 들고 시민을 향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국가 폭력의 파편과 현대 정치·사회적 인물의 이름이 하나의 거울 속에 기괴하게 얽히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와 권력의 잔인성을 시각화합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충격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5·18의 군부 독재적 폭력과 현대의 정치적 갈등 요소를 한 화면에 겹쳐 놓음으로써, 폭력이란 과연 무엇이고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를 품게 만듭니다.

백설공주의 거울은 진실을 말해야 하지만, 이 그림 속 거울이 비추는 세상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향해 칼과 곤봉을 겨누던 1980년의 광주와, 여전히 이념과 진영 논리로 상처를 주고받는 오늘의 풍경이 기묘하게 포개집니다.

색연필의 투박한 질감과 서툰 듯 강렬한 선들은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과 폭력의 공포를 여과 없이 전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시기한 것(말할 수 없이 기괴하고 모순된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 그 자체임을, 이 그림은 차갑고도 아픈 시선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