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묻혀 있는 곳이다.
이름보다 먼저 흙이 기억하는 자리.
순천에서 끌려온 사람들, 누군가는 철도국에서 일하던 손이었다.
시간표를 맞추던 사람,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 그들의 하루는 갑자기 멈춰 섰다.
빛은 들어오지 않았고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그들은 기다렸다.
이유를.
이미 죽음이 있던 자리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도착했다.
숫자는 기록되었고 이름은 남지 못했다.
몸은 타고 증거는 사라지고 침묵만 남았다.
영장 없었고 증거 없었고 재판은 이미 없었던 것이었다고.
늦게 도착한 정의가 종이 위에 찍혔다.
나는 여전히 이곳이다.
판결은 공중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다.
종이 위의 무죄와 흙 속의 이름 사이에는 아직 건너지 못한 시간이 흐른다.
이제 끝난 것 아니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바람이 마른 풀을 스치며 말한다.
불은 꺼졌지만 타지 못한 이름들이 여전히 이 땅 아래에서 조용히 자신을 부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