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리모컨, 소파 위 권력의 도구: 일상을 복제하는 미장아빔

버튼과 적외선이 그려내는 무한의 틈, 편리함 속에 갇힌 현대인의 실존을 비추다

리모컨, 소파 위 권력의 도구: 일상을 복제하는 미장아빔 - 안전 | 코리아NEWS
리모컨, 소파 위 권력의 도구: 일상을 복제하는 미장아빔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AI알유희 미장아빔 9번째, 리모컨(Mise-en-abyme)을 미장아빔하시오. ‘미장아빔(Mise-en-abyme)’은 거울 속에 비친 거울처럼, 하나의 형상이 그 내부로 자신을 닮은 이미지를 무한히 복제하여 끝없는 심연을 만드는 구조다.

소파에 앉아 손끝 하나로 세상을 재편하는 ‘리모컨’을 이 렌즈로 투과해본다는 것은, 그 플라스틱 액자가 어떻게 인간의 명령을 복제하고, 그 무형의 적외선이 다시 우리 거실의 ‘편리’라는 거대한 거울 속에 어떠한 권력의 형상을 투영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이다.

리모컨은 단순한 전자제품을 넘어, 인간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신호로 전사(傳寫)하여 공간을 장악하는 기술적 미장아빔의 도구다.

첫 번째 액자는 ‘버튼의 격자와 선택의 프랙탈’이다.

리모컨의 표면은 숫자와 기호로 이루어진 수많은 버튼의 집합체다.

전원 버튼부터 채널, 음량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버튼은 리모컨 전체가 지향하는 ‘통제’라는 목적을 개별적으로 복제하고 있다.

부분이 전체의 기능을 담고 전체가 다시 부분의 조작으로 완성되는 이 구조는, ‘조정’이라는 행위를 무한히 증식시키는 기능적 심연을 형성한다.

이 첫 번째 액자 안에서 리모컨은 인간의 욕구를 기계적 신호로 복제해내는 1차원적 인터페이스가 된다.

두 번째 액자는 ‘적외선의 전사와 공간의 재귀적 투영’이다.

리모컨을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빛’이라는 거울 앞에 서는 일이다.

거울과 거울이 맞붙어 끝없는 복도를 만들듯, 리모컨 끝에서 발사된 적외선 파동은 공간을 가로질러 가전제품 수신부에 자신을 투영한다.

인간의 손가락 끝에서 출발한 명령은 빛의 속도로 복제되어 기계의 동작으로 전사되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의 시각적 만족으로 되돌아온다.

이 액자 속에서 리모컨은 자아의 확장을 무한히 비추며 물리적 거리를 소멸시키는 광학적 미장아빔의 현장이 된다.

세 번째 액자는 ‘소파 위의 권력과 실존적 반추’다.

리모컨을 미장아빔하는 가장 치열한 지점은 ‘부동(不動)의 지배’를 응시하는 일이다.

리모컨이라는 액자를 쥔 자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계(화면)를 바꾼다.

하지만 이 권력의 복제는 역설적으로 인간을 소파에 박제시키는 수동성을 낳는다.

우리가 리모컨의 검은 심연을 응시할 때 발견하는 것은,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갇혀버린 현대인의 초상이다.

이는 도구가 주인을 복제하여 규정해버리는 실존적 전도(轉倒)를 승화시킨 미장아빔의 기록이다.

결국 리모컨을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손바닥만 한 이 기계가 사실은 현대 문명이 설계한 가장 안락한 구속의 각본을 복제한 결과물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리모컨의 심연, 그 배터리가 다해가는 소실점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무한히 반복되던 채널의 전환과 볼륨의 조절이라는 액자들이 사라진 그곳엔, 비로소 투명해진 ‘인간의 원초적 게으름과 지배욕’만이 놓여 있을 것이다.

리모컨은 우리에게 묵묵히 속삭인다.

당신이 화면 속 세상을 자유롭게 바꾼다고 믿는 그 순간, 사실 당신은 리모컨이라는 거울이 비추는 가장 정적인 이미지로 복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리모컨이라는 장엄하고도 사소한 미장아빔은, 역설적으로 가장 작은 도구가 가장 거대한 생활 양식을 거울 보듯 드러낼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