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은 흙에서 시작되었다.
흙은 생명을 품고 문명을 일으켰으며, 오늘날에도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흙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시간과 기다림, 땀과 온기를 기억하는 자연의 언어다.
그래서 흙을 빚는다는 것은 단지 작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듬고 마음을 빚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퇴직을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인생 2막은 새로운 직업을 얻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걷기와 독서, 여행과 음악, 운동과 예술이 제2의 삶을 풍요롭게 하듯, 도예는 흙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가장 따뜻한 예술이다.
오는 6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고흥 연홍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1회 흙이랑 놀자 展」은 바로 이러한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흙으로부터'.
자연에서 얻은 흙으로 인간의 삶과 희망, 사랑과 철학을 표현한 100여 점의 부조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참여한 작가들에 있다.
현직교사와 퇴직교사, 시민, 그리고 청년 예술인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16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단에서 아이들의 꿈을 키우던 교사들은 흙 앞에서 다시 전문가의 위치에서 작품을 창작하였고, 퇴직 교사들은 새로운 배움의 기쁨을 발견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삶을 작품에 담았고, 청년 예술인들은 참신한 감각과 열정으로 전시에 생명력을 더했다.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길도 다르지만 흙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예술가였고,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대부분은 부조(浮彫)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부조는 평평한 바탕 위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조소 기법이다.
조소(彫塑)는 흙과 돌, 나무, 금속 등을 이용하여 입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미술 분야를 말한다.
회화가 평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조소는 공간과 깊이를 통해 생명력을 표현한다.
특히 부조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표정이 달라져 보는 이들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흙을 고르고 반죽한 뒤 형태를 만들고 충분히 건조시킨다.
이후 약 800℃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입혀 다시 1,250℃ 이상의 고온에서 재벌구이를 한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고, 다시 며칠 동안 천천히 식어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예술은 순간의 영감이 아니라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빚어낸 시간의 결정체인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많은 시련과 기다림을 견디며 비로소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꽃과 나무, 사람과 한글 서예, 자연의 풍경과 삶의 철학이 흙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들의 삶과 사유가 담겨 있으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된다.
흙의 질감은 따뜻하고, 흙의 색은 편안하며, 흙의 향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자연의 품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도예 전시가 아니다.
예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동체의 축제이며, 경쟁보다 협력을,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긴 사람들이 함께 빚어낸 삶의 기록이다.
함께 배우고, 함께 웃고, 서로를 격려하며 성장한 시간이 작품 속에 그대로 스며 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더욱 소중히 간직해야 할 문화의 힘이며 공동체의 가치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인생은 사용하는 사람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흙을 빚으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며,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일.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 2막이며 가장 품격 있는 여가일 것이다.
올여름, 아름다운 섬 연홍도에서 흙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권한다. 「제11회 흙이랑 놀자 展」은 2026년 6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연홍미술관에서 열린다.
따뜻한 흙의 온기와 예술가들의 열정, 그리고 자연이 선물한 감동이 관람객 모두의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흙은 말이 없지만 모든 것을 품는다.
사람은 그 흙 위에 자신의 삶과 꿈을 새긴다.
그리고 예술은 그 삶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이번 전시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움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