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멈추었건만 물결은 오히려 출렁거리고, 이치는 나타났건만 망념은 오히려 침노한다.
수심결 22장 말씀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저녁 식사 시간에 딸과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그렇게 화내려면 얘기하지마'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하고 알아차렸다.
그리고, 마음을 안정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한번 화가 난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가 않았다.
얼굴 표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분명 내가 잘못한 것을 아는데도, 어딘가로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불룩거렸다.
'아..
내가 왜 이러는가.
순간 화를 낸 것도 부끄러운데, 왜 이리 마음 안정이 안되는가..' 아직도 화를 덜 내었다는 듯이 불룩거리는 내 마음을 보며 그런 내가 스스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왠지 위축이 되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도 한참을 안정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땅치 않아서 약간은 우울한 마음이 되었었다.
그러다가 오늘 어느 교무님의 감각감상을 듣게 되었다.
말통에 담겨있는 석유를 다른 말통에 옮기다가 순간 말통이 흔들렸다고 한다.
얼른 바로 잡았으니, 한번 흔들린 말통의 석유는 한동안 흔들리며 넘치다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이 교무님은 수심결 22장 법문을 떠올렸다고 한다.
'바람은 멈추었건만 물결은 오히려 출렁거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 교무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이 밝아졌다.
아!
마음의 원리가 그런 것이구나.
그렇지.
한번 흔들린 물결은 한동안 흔들리다 안정이 되는 것이지.
한순간 그 물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
이치가 드러나도 오히려 망념이 침노한다더니, 내가 스스로 화가 난 것을 알았어도, 내가 잘못한 것을 알았어도, 오히려 망념(망녕된 생각-화난 마음)이 침노한 것이었구나.
그 여파란 것이 있어서 한번 흔들리면, 원인을 제거해도 그 이후에도 한동안 흔들릴 수 있는 것이구나.
자연스런 현상이니, 마음이 안정 안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구나.
살다보면, 종종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면 그 화나는 기운이 확 올라온다.
그 기운을 쏟아내다 보면 어느새 그 기운에 휩쓸려 멈추지 못하고 과하게 화를 쏟아내기도 한다.
그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잡아야 물결이 오히려 출렁거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드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밝혀 놓아야, 지금 당장 이런 저런 요란한 생각들이 올라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분해지는 것이다.
다만, 중심을 잡았다고 해도, 이치를 밝혔다고 해도, 한순간에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니, 조급해 말고, 그 여파가 잦아들 때까지 내 마음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흔들리는 나를 대하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