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당신의 가슴 안쪽에는 마를 날 없는 깊은 샘 하나 있었습니다.
위로는 부모님을, 아래로는 동생들을, 금쪽같은 자식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까지 그 샘물로 축이고 길러내시느라 정작 당신의 목마름은 돌볼 겨를이 없었던 삶을 나는 가장 가까이서 안타깝게 보아왔습니다.
매사를 적당히 넘기지 못하시고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 풀 한 포기의 흔들림까지 그리도 세심하고 자상하게 살피셨던 것은 당신의 성품이 본디 진심으로 가득 차 있는 까닭임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먼저 보낸 누이동생을 애달파하는 가슴 절절한 편지를 곁에서 보며 당신이 짊어져 온 사랑의 무게를 다시금 헤아립니다.
동생의 아픔마저 내 아픔으로 안으시고 평생을 걱정과 기도로 지켜오신 그 숭고한 마음을 내 어찌 다 위로할 수 있을까요.
매 순간 온 마음으로 살아온 나의 귀한 당신, 그 고단했던 삶의 걸음을 온 가슴으로 지지합니다.
부디 남은 날들은 가슴 쓰린 그리움과 걱정은 내려놓고 당신의 건강과 평온을 먼저 돌보는 날들이 되기를, 향기로운 수선화처럼 당신의 마음 뜰에도 이제는 따스하고 아늑한 봄볕만 머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