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었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꿈꾸며 도착한 곳이었지만, 막상 우리가 마주한 것은 아름다운 해안선이 아닌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의 민낯이었다.
학교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백수 하사리.
오늘은 이곳에서 해안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탁 트인 바다를 보자마자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 탄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확인한 아이들의 입에서는 이내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한숨도 잠시, 아이들은 이내 봉사에 진심을 다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줍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래더미 속에 반쯤 묻혀 있는 플라스틱 조각이나 타이어를 발견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삼삼오오 힘을 합쳐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특히 오며 가며 눈에 띈 것은 풍선처럼 속이 비치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들이었다.
모래더미와 거센 물살에 밀려 깊숙이 박혀버린 그 통들을 보며 묘한 승부욕이 솟구쳤다.
'기필코 이것들을 다 파내고 말리라.' 아이들과 땀 흘리며 파내고 또 파낸 끝에, 마침내 거대한 폐기물들이 모래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그 쾌감이란.
아이들의 얼굴에도, 내 마음속에도 묵직한 성취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수거한 마대 자루를 채우며 확인한 쓰레기의 면면은 여전히 처참했다.
통발과 그물, 어업용 밧줄,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과 타이어까지.
간혹 플라스틱 물병이나 맥주캔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어구들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관광객의 소행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삶의 터전인 바다를 가장 잘 알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그 바다를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바닷속은 육상에서 보이지 않을 뿐, 이미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오염된 환경에서 자라는 물고기가 온전할 리 없고, 그 물고기를 섭취하는 인간 또한 무사할 리 없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욕망과 태만이 결국 먹이사슬을 타고 돌아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셈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명확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사리 바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파헤친 것은 비단 쓰레기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생존에 대한 경고이자 다시 회복해야 할 책임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