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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봉, 불에 탄 이름들: 10·19 여순사건을 추모하며

총구 앞에 꺾인 이름들과 죽도봉 흙 속에 남은 역사의 아픔을 시로 증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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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봉, 불에 탄 이름들: 10·19 여순사건을 추모하며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10월 말, 사람들이 산으로 끌려왔다.

이름 대신 번호처럼 불렸다.

죽도봉 골짜기는 말이 없는 장소였다.

바람도 낮게 지나갔다.

숫자는 짧았고 죽음은 길었다.

경찰서에 있던 사람들이 트럭에 나뉘어 실렸다.

두 대, 세 대, 쇳소리가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길은 길지 않았다.

도착은 너무 빨랐다.

이미 죽어 있던 자리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내려왔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더 이상 셀 수 없을 때까지.

몸들이 쓰러지고 이름들이 끊어졌다.

연기는 하늘로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데려가지 못했다.

타버린 것은 몸이었고, 남겨진 것은 지워지지 않는 냄새였다.

그들 중에는 이미 한 번 싸웠던 이들의 가족도 있었다.

나라를 되찾겠다고 목숨을 걸었던 사람의 이름이 다른 시대의 총구 앞에서 다시 꺼졌다.

역사는 한 번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죽도봉에 서면 바람이 먼저 타오른다.

불은 꺼졌지만 재는 남아 흙 속에서 숨을 쉰다.

누군가 발로 밟고 지나가면 그 아래에서 아직도 이름들이 천천히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