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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 미장아빔의 미학을 품다: 치유의 거울과 보호의 시간

일상 속 '바세린'이 담고 있는 무한 복제 구조와 보호막의 철학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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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 미장아빔의 미학을 품다: 치유의 거울과 보호의 시간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AI알유희 미장아빔 1번째, 바세린을 미장아빔(Mise-en-abyme)하시오.

예술 기법인 ‘미장아빔(Mise-en-abyme)’은 거울 속에 비친 거울처럼, 하나의 이미지가 그 내부에 자신을 닮은 작은 이미지를 포함하고 이를 무한히 복제하여 심연을 만드는 구조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바세린(Vaseline)’ 한 통은 이 미장아빔의 미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물질적 실체다.

석유의 부산물에서 발견되어 상처를 덮는 투명한 보호막이 되기까지, 바세린은 시간의 풍화를 막는 ‘봉인’의 액자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하며 인류의 살결 위에 군림해왔다.

첫 번째 액자는 바세린의 탄생에 담긴 역설이다. 19세기 중반, 로버트 치즈브로는 거친 유정 장치에 엉겨 붙은 검은 찌꺼기인 ‘로드 왁스’가 노동자들의 상처를 낫게 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는 추한 폐기물 속에서 순수한 치유의 원본을 발견한 사건이다.

검은 원유에서 정제된 투명한 페트롤라툼(Petrolatum)은 혼돈의 세계를 걸러내어 본질만을 추출해낸 연금술적 미장아빔이다.

바세린 한 통에는 그 옛날 거친 시추 현장의 역사와 이를 안식으로 바꾼 인류의 의지가 분자 단위로 복제되어 들어있다.

두 번째 액자는 바세린이 수행하는 ‘차단의 메커니즘’이다.

바세린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영양을 주는 능동적 물질이 아니다.

대신 피부 위에 견고한 투명막을 형성하여 외부의 침입을 막고 내부의 수분 증발을 차단하는 철저한 ‘방어의 거울’이 된다.

상처 입은 자아(피부) 위에 변하지 않는 고체 기름의 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상처 없는 상태’를 복제하여 유지하려는 실존적 투쟁이다.

이는 거울이 빛을 반사하여 내부를 보호하듯, 상처라는 연약한 액자를 바세린이라는 무색의 액자로 덮어 보호하는 구조를 완성한다.

세 번째 액자는 시간의 흐름을 박제하는 불변성이다.

바세린은 상온에서 변질되지 않으며 산화되지 않는 기묘한 항구성을 지닌다.

모든 생명체는 부패하고 풍화되지만, 바세린이라는 액자 속에 갇힌 피부 조직은 시간의 가속으로부터 격리된다.

이는 거울 속에 비친 상이 늙지 않는 것과 같다.

노인의 주름진 손 위에 발린 바세린은 젊은 날의 수분감을 현재의 액자 속에 억지로 복제하여 고정시킨다.

바세린은 흐르는 세월(전체)을 멈춰 세워 지금 이 순간(부분)의 습도를 보존하려는 ‘시간적 홀로그램’이다.

결국 바세린을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온 물질이 어떻게 보편적인 치유의 거울이 되었는지를 응시하는 일이다.

바세린 미학의 종착지는 ‘투명한 침묵’이다.

자신의 색과 향을 지움으로써 세상의 모든 상처를 자신의 액자 속에 담아낸다.

우리가 바세린이라는 고요한 심연을 통해 깨닫는 진실은, 진정한 치유란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묵묵히 지켜내는 ‘경계의 미학’이라는 점이다.

거울 속의 거울이 깊어지듯, 바세린이 덮어버린 피부 아래에서 우리의 생명력은 다시금 조용히 소생할 준비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