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을 한국에서 안가본 곳 없이 다니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의 짧은 문장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다 만나봤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내용 속에 그의 10년의 한국 생활 속의 깊은 삶의 희,노,애,락이 충분히 느껴진다.
한국서 돈 벌어 이곳 연길에 돌아와 아파트도 장만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며 본인은 가정을 꾸리고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가정 중 부부 중에 한 명은 한국으로 외화벌이를 나가고 자녀교육을 위하여 한 명은 남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합치기도 하지만, 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10년의 한국 생활 가운데에 여러지역에서 갖가지 일을 하며, 많은 지역을 알고 있었기도 했거니와 80세 모친의 “밥 먹었소?” 하는 안부 인사에 바로 전라도 억양을 알아낸다.
전라도 어투는 같이 일하시던 식당의 전라도 출신의 솜씨 좋은 주방 찬모들의 언어에서 익혔다고 금방 알아본다.
전라도의 대표 음식은 백반인 것 같다고...나름의 정보를 전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모습에서 직업적인 가이드의 고루한 모습보다는 그냥 독립운동가의 후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연변자치주를 소개하며 가는 곳곳마다 한글 간판이 없으면 간판을 세울 수 없다는 규정을 이야기하며 우리 민족의 전통과 언어와 이념과 생활풍습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의 열심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그가 대한민국과 조국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늘 쓰는 표현 중에 ‘우리민족’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정겨웠다.
대한민국이 잘 살아서 조선족의 삶도 많이 발전되고 있다고 하며, 조선족에 대한 편견으로만 보지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달해주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한다.
옌지공항(연길)에서 내려 용정, 윤동주 생가 방문, 해란강을 스쳐가며 용두레 우물을, 일송정 푸른 솔을 전동카 타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올라갈 때는 그냥 ‘선구자’노래가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지고, 심장이 뜨거워지며, 독립운동가의 삶을 회상하게 된다.
이 먼 곳까지(우리가 막연하게 알았던 북간도, 간도 이야기) 건너오게 된 조상들의 발자취를 그려본다.
이도백하로 2시간 여 이동해서 다음 날 백두산 천지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 한다.
바람이 어느 기준을 넘어서도 천지길이 안 열리고...꼬불꼬불 끝도 없이 오르는 백두산 이동차들의 안전문제와 백두산출입통제로 인하여 매일 아침 천지길이 열리느냐, 안열리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눈이 안 녹아서, 눈이 내려서, 강풍이 불어서, 비가 너무 많이 와서...안개길이어서...이런 저런 이유로 1년 365일중에 천지길이 열리고, 안열리고의 다양한 변수와, 실제로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3분의 1정도인데, 그나마도 백두산 12번 여행와서도 못 본 사람도 있다 하니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 아닐까?
여하튼 난 트레킹(서파코스)이 아닌 패스트트랙으로(북파코스) 백두산에 차에 몸을 실고, 쉽게 올라서 열리는 하늘길을 바라보면서 얼어있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이든 목표한 바를 이루는 그 순간 울컥 올라온다.
아직도 행복감이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들 날마다 이런 모양, 저런 모양 다양한 군상으로 만날 터인데, 천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백두산 관광을 기꺼이 오는 사람들의 간절한 니즈를 알기에, 그러나 자연은 인위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백두산 천지길 만큼은 다른 관광이랑은 다르고, 가이드업을 하면서도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 같다.
백두산, 그리고 천지에 미쳐있다고 스스로 표현을 한다.
천지길 막혀 실망하는 모습도 감내해야 하고, 천지길 뚫려 밤새 환호 하며 마셔대는 모습도 봐야 하는 그러한 상황들이 내가 만난 청년 가이드의 일희일비 하지 않는 진중한 모습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부부로 2팀, 직장동료로 6명, 모녀로 1팀, 84세 불편한 몸(뇌수술 이후)으로 버킷리스트를 이루고픈 아버지를 모시고 온 가족 4명....16명의 각자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번 여행팀에서 그는 무사히 안정적이게 여행을 마치게 된 직업적인 완성도 말고 또 무엇을 느꼈을까?
백두산 여행기를 쓰려고 했는데, 내게 깊은 인상과 감명을 남겨 주었던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아름다운 청년이야기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