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엄마 대신 '수호천사'가 되어준 할아버지, 우리 가족의 참된 영웅

보건의료 일선에서 바쁜 부부 대신 손주를 정성으로 키우며 온기 전한 감동 에세이

엄마 대신 '수호천사'가 되어준 할아버지, 우리 가족의 참된 영웅 - 교육 | 코리아NEWS
엄마 대신 '수호천사'가 되어준 할아버지, 우리 가족의 참된 영웅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며느리는 기숙형 대안학교의 담임교사였다.

주중에는 제 자식보다 학교의 아이들을 먼저 살피느라 온 정성을 쏟았고, 주말에나 겨우 제 집을 찾는 며느리의 모습을 볼 때면 어미로서 늘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다.

엄마의 부재를 마주해야 했던 어린 손주를 우리 부부의 품에 안은 것은, 어쩌면 보건교사인 나와 한의사인 남편에게 당연한 운명과도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의 일상도 보건의료직이라는 무게 때문에 늘 긴박하고 바쁘게 흘러갔다.

특히 신종플루가 전국을 휩쓸던 해의 새벽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른 아침, 학생들의 등교 시간에 맞춰 교문에서 열 체크를 해야 했던 나는 동이 트기도 전의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집을 나서야 했다.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둘러 출근할 때면, 남편은 아직 잠에 취해 꼼지락거리는 손주를 조심스레 보듬어 안고 아이돌보미 집으로 향하셨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우리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교대로 자식 같은 손주를 데리러 달렸다.

일하느라 바쁜 할머니 밑에서도 외롭지 않도록, 내 친한 친구들도 수시로 우리 집을 드나들며 사랑을 보탰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까르르 웃음소리를 만들어주던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우리 손주는 '모두가 함께 정성으로 키우는 귀한 아이'로 자라났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주중의 시간들이 아이에게 눈물이나 외로움이 아닌, 북적이는 온기로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 북적이는 온기 속에서, 내 남편이자 아이의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완벽한 '수호천사'였다.

한평생 환자를 돌보던 고단한 몸이면서도, 밤중에 손주가 자다 깨어 울음을 터뜨리면 가장 먼저 침대에서 일어나 달려 나간 사람은 언제나 영감이었다.

영감은 당신의 침대 바로 곁에 아이의 작은 침대를 나란히 붙여두고, 밤새 아이가 고르게 숨을 쉬는지 살피며 밤잠을 설치곤 했다.

입이 짧아 통 밥을 달가워하지 않는 손주를 먹여 살리는 것도 남편의 위대한 몫이었다.

손수 구수한 누룽지를 끓이고 앙증맞은 주먹밥을 빚어내며, 늙은 할아버지는 기꺼이 손주만의 광대가 되었다.

"로켓 발사!" 하고 익살스럽게 소리를 내며 손주의 입속으로 밥을 쏙 넣어주던 남편의 얼굴에는 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철없는 아이가 심통을 부리거나 말을 듣지 않아도 고함 한 번 지르는 법이 없었고, 무서운 표정조차 지을 줄 몰랐다.

그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 서툰 조잘거림에 온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주던 다정한 할아버지였다.

그 깊은 경청과 끝없는 인내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 손주는 세상이 자신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안도감을 배우며 자랐다.

엄마의 빈자리가 혹여나 손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는 않을까 노심사했던 세월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과 주변의 다정한 시선들 속에서, 아이는 구김살 하나 없이 바르고 곧게 자라주었다.

거친 보건의료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느라 바빴던 할머니였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남편과 손을 맞잡고 이 아이의 든든한 성벽이 되어준 일이다.

내 품 안에서 자라나 이제는 우리의 자랑이 된 손주, 그리고 그 곁을 눈부신 사랑으로 지켜준 나의 남편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