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발자국이 있다.
무덤은 죽은 사람의 자리이고 발자국은 살아남은 사람의 자리라는 것을.
별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먼저 끌려왔다.
한 사람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산 자를 먼저 받아들였다.
들판은 갑자기 넓어졌다.
바람은 어디론가 달아났고 억새들은 몸을 낮추었다.
흙 속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은 일어나 달렸다.
죽음이 놓친 그림자 하나.
어둠 속으로 사라진 사람.
죽는 일만큼 아프다는 것을.
봄마다 풀이 돋는다.
그 발자국 위에도 돋는다.
끝내 무덤이 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했으므로.
그날의 풀 한 포기다.
열 개의 무덤을 적시고 하나의 발자국 쪽으로 먼저 눕는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까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