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알유희 미장아빔 10번째, 김삿갓의 시 죽시를 미장아빔하시오. ‘미장아빔(Mise-en-abyme)’은 거울 속에 비친 거울처럼, 하나의 형상이 그 내부로 자신을 닮은 이미지를 무한히 복제하여 끝없는 심연을 만드는 구조다.
조선의 방랑 시인 김삿갓(김병연)이 쓴 <죽시(竹詩)>를 이 렌즈로 투과해본다는 것은, '대 죽(竹)'이라는 글자의 액자가 어떻게 언어적 유희를 복제하고, 그 반복되는 운율이 다시 우리네 ‘삶의 애환’이라는 거대한 거울 속에 어떠한 형상을 투영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이다. <죽시>는 단순한 언어 놀이를 넘어, 소리(음)와 의미(훈)를 무한히 교차시키며 전사(傳寫)하는 문학적 미장아빔의 정수다.
첫 번째 액자는 ‘동음이의어의 연쇄와 언어적 프랙탈’이다.
시의 구조는 ‘죽(竹)’이라는 글자를 문장의 끝마다 배치하여 시각적으로는 대나무 숲의 수직적 질서를 복제한다.
하지만 소리로 읽는 순간, 그것은 '대로(대로/대나무대로)', '죽(죽/음식 죽)' 등 우리말의 일상적 부사나 명사로 변모하며 의미의 층위를 무한히 증식시킨다.
부분이 전체의 운율을 닮고 전체가 다시 부분의 재치로 증명되는 이 구조는, 한자라는 엄숙한 액자 속에 조선 민중의 생생한 구어를 복제해 넣는 해학적 심연을 형성한다.
두 번째 액자는 ‘세속의 풍경과 풍자의 재귀적 투영’이다. <죽시>를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세상사’라는 거울 앞에 서는 일이다.
거울과 거울이 맞붙어 끝없는 풍자의 복도를 만들듯, 시인은 '이대로 저대로'라는 반복을 통해 세상의 불합리함과 가난을 복제하여 투영한다.
"시화연풍(時和年豊) 다 죽(竹)이라"는 구절처럼, 태평성대라는 겉모양을 '죽(미음)'으로 연명하는 비참한 현실로 전사(傳寫)하는 과정은, 언어적 유희가 어떻게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거울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액자 속에서 시는 유한한 여덟 줄 안에 무한한 민초의 고통을 투사하는 서사적 미장아빔의 현장이 된다.
세 번째 액자는 ‘방랑의 자유와 실존적 반추’다. <죽시>를 미장아빔하는 가장 고결한 지점은 ‘대로(竹) 사는 삶’에 대한 복제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가는 대로 오는 대로' 길을 나서는 시인의 발걸음은, 자연의 섭리를 인간의 의지로 복제한 결과물이다.
삿갓이라는 액자 아래서 시인은 자신의 운명을 세상의 흐름에 비추고, 그 흐름 속에서 다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재귀적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죽시>의 반복되는 운율 심연을 응시할 때 발견하는 것은, 억압적인 신분 사회에서 벗어나 언어의 유희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복제해 나가는 한 인간의 찬란한 반항이다.
결국 <죽시>를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종이 위에 적힌 '竹'이라는 글자 하나하나가 사실은 조선 팔도를 떠돌던 시인의 고독과 웃음을 복제한 신성한 발자국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죽시>의 심연, 그 반복되는 소리 끝 소실점에는 무엇이 남을까.
무한히 반복되던 글자의 파격과 운율의 액자들이 사라진 그곳엔, 비로소 투명해진 ‘걸림 없는 영혼의 숨결’만이 놓여 있을 것이다. <죽시>는 우리에게 묵묵히 속삭인다.
세상이 당신을 어떠한 액자에 가두려 할지라도, 당신이 스스로의 삶을 유연한 시로 복제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미 바람을 닮은 자유의 주인공이라고 말이다. <죽시>라는 장엄하고도 경쾌한 미장아빔은, 역설적으로 가장 단순한 글자의 반복이 가장 깊은 생의 진실을 거울 보듯 드러낼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가장 신비로운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