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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알유희 2탄: 이세돌, 미장아빔으로 본 인간 지성의 거울

19줄의 바둑판과 알파고, 그리고 78수로 증명된 인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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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알유희 2탄: 이세돌, 미장아빔으로 본 인간 지성의 거울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AI알유희 미장아빔 2번째, 이세돌을 미장아빔(Mise-en-abyme)하시오.

예술 기법인 ‘미장아빔(Mise-en-abyme)’은 거울 속에 비친 거울처럼, 하나의 이미지 안에 그와 동일한 형상을 무한히 복제하여 넣는 구조를 일컫는다.

이는 한정된 틀 안에 무한한 층위를 쌓아 올리는 실존적 사유의 방식이다. 21세기 인류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미장아빔의 현장은 단연 바둑 기사 이세돌이 마주했던 가로세로 19줄의 반상이다.

이세돌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거대한 바둑판이었으며, 그가 놓은 돌들은 인간 지성이 도달할 수 있는 소실점이자 기계라는 거울에 비친 인류의 마지막 자화상이었다.

첫 번째 액자는 19x19의 격자 위에 복제된 이세돌의 인생이다.

바둑판은 그에게 단순한 유희의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갈등과 조화, 승리와 패배를 압축하여 투영한 소우주였다.

이세돌은 그 좁은 점들 위에 자신의 고집과 창의성, 때로는 오만함과 고독까지도 흑백의 돌로 복제해냈다.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수 읽기는 인간 내면의 사유가 어떻게 무한한 확률의 계보를 형성하며 증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성적 프랙탈이었다.

두 번째 액자는 2016년, 알파고라는 ‘기계적 연산의 거울’을 마주 본 사건이다.

이 대국은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온 바둑의 기보(원본)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다시 인간에게 그 데이터를 투사한 미장아빔의 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세돌은 자신의 복제본이자 자신을 능가하는 괴물 같은 거울을 응시해야 했다.

기계의 완벽한 계산 앞에 인간의 직관은 초라한 오류처럼 보였고, 거울 속의 거울이 무한히 깊어지듯 절망의 층위는 두터워졌다.

세 번째 액자는 그 절망을 뚫고 나온 ‘78수’라는 변칙적 복제다.

확률 0.007%의 이 수는 기계가 설계한 확률의 액자를 깨뜨리고 나온 인간만의 독창적 영감이었다.

이 순간 이세돌은 기계의 거울에 비친 무력한 피사체가 아니라, 거울 자체를 흔들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의 한 수는 전 인류의 거울에 ‘포기하지 않는 지성’의 빛을 복제해냈으며, 승패를 초월한 인간다움의 가치를 역사라는 큰 액자 속에 박제했다.

결국 이세돌을 미장아빔한다는 것은 기계적 필연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유, 즉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여 자신만의 궤적을 새기는 용기를 목격하는 일이다.

은퇴 후 그가 남긴 기보들은 여전히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춘다.

우리가 이세돌이라는 투명한 거울을 통해 배우는 진실은, 비록 거울이 깨지고 이미지가 일그러질지라도 소실점을 향해 끝까지 자신의 돌을 놓는 행위 자체가 생(生)의 가장 숭고한 복제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