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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 못한 비, 도롱에 고인 침묵: 1019 여순의 아픔

죄 없는 자도 젖은 비, 바람 대신 사람이 숨쉬던 마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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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 못한 비, 도롱에 고인 침묵: 1019 여순의 아픔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사람들은 도롱이를 입었다.

짚으로 엮은 비막이 하나면 논두렁 길도 건널 수 있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일 것이다.

비를 피하며 살아온 마을.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마을.

막을 수 없는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내린 비였다.

누군가는 산으로 숨고 누군가는 논으로 끌려가고 누군가는 지서의 문턱을 넘었다.

비는 골고루 내렸다.

죄 있는 사람에게만 내리지 않았고 죄 없는 사람도 비에 젖었다.

도롱이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억울함도 막지 못했다.

벼 대신 침묵이 자랐다.

사람 대신 바람이 숨어 살았다.

해룡지서의 유치장에는 밤마다 쇠창살이 운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유난히 비 오는 날이면 왜 그날을 말하지 않느냐고 마을 어귀의 늙은 감나무가 대신 대답할 것이다.

너무 오래 비를 맞은 사람들은 비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젖은 채 살아갈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