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도롱이를 입었다.
짚으로 엮은 비막이 하나면 논두렁 길도 건널 수 있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일 것이다.
비를 피하며 살아온 마을.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마을.
막을 수 없는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내린 비였다.
누군가는 산으로 숨고 누군가는 논으로 끌려가고 누군가는 지서의 문턱을 넘었다.
비는 골고루 내렸다.
죄 있는 사람에게만 내리지 않았고 죄 없는 사람도 비에 젖었다.
도롱이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억울함도 막지 못했다.
벼 대신 침묵이 자랐다.
사람 대신 바람이 숨어 살았다.
해룡지서의 유치장에는 밤마다 쇠창살이 운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유난히 비 오는 날이면 왜 그날을 말하지 않느냐고 마을 어귀의 늙은 감나무가 대신 대답할 것이다.
너무 오래 비를 맞은 사람들은 비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젖은 채 살아갈 뿐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