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아내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아내는 예전부터 유독 가족들의 식사에 정성을 들였고, 가장 속상해하는게 아이들이 밥 잘 안먹을 때였다.
애들이 아기였을 때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식 목구멍에 밥넘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일 때니까.
어떻게든 아이들 입맛을 돋궈서 밥을 먹게 하려고 식사 메뉴를 고심하고 준비하는 아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도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태도는 여전했다.
그런 아내가 가장 이해가 안 될 때는 가족들 간에 말다툼이 일어났을 때다.
식사 준비를 하다가, 혹은 밥을 먹다가 딸과 아들이, 혹은 엄마와 딸이, 혹은 아빠와 아들이 말다툼을 크게 하고 감정이 상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내 생각에는 저렇게 화가 나서 심사가 틀어졌는데, 지금 무슨 밥이 넘어가겠는가 싶다.
하지만 아내 생각은 다르다.
아내는 어르고 달래서라도, 혹은 화를 내서라도, 혹은 아무런 말이 안통하더라도, 이유 불문하고, 밥은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그 완고한 태도에 아이들도 그동안 끼니를 거른 적이 없다.
아무리 화가 나도,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가도, 다시 나와서 밥을 먹는다.
그런데 사실 나나 아이들은 해주는 밥이니, 편하게 앉아서 먹기만 하면 되는 것.
어려울 것도 없다.
대단한 것은 아내의 태도다.
아내는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아이들에게 서운해도, 아무리 남편이 미워도, 심지어 어지간히 아플 때가 아니라면 밥을 한다.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도 밥부터 한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나는 사실 감정에 많이 휘둘리는 편이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내 몸이 좀 힘들면 또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어느날 문득 나의 그런 태도를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미안해졌다.
아내는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한결같이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해주는데, 나는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한결같이 한 일이 뭐가 있을까?
한결같이 한 일이 없다.
기분따라, 컨디션 따라 했다 안했다 한다.
나도 뭔가 가족들을 위해 한결같이 하는 일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뭐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요리를 할 자신은 없다.
생각해보니, 내가 예전에 한번씩 지압을 해주면 아내가 좋아했었다.
나는 내 컨디션 따라, 기분 따라 해주기도 하고, 안해주기도 하고, 한동안 해준 기억이 없다.
나도 애쓰는 아내한테 지압을 한번 꾸준히 해줘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씩이라도 매일 지압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날 아내가 묻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압을 해주는거야?" 안해주다가 해주니 이상했나 보다.
"그냥, 당신은 밥 해주잖아." 그랬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나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거지." "나도.
나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거지." 아내 말을 따라 해놓고, 그 말이 참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나는 아내가 밥에 대한 숭고한 의무감과 희생정신으로 철저하게 자신을 헌신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치 우리 어머니가 평생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해주셨던 것처럼.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할 뿐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이것이 어떤 의무감이나 희생정신으로 했으면 평생 할 수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구나.
이런 마음이니, 그렇게 한결같이 살아왔구나..
아내의 그 말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밋밋한 표현이지만, 아내의 그 뿌리깊고, 가득찬 사랑을 알게 한다.
깊은 사랑은 당연한 것인가보다.
당연해서 별 것 없어 보이는, 그래서 평생을 한결같은 그런 마음이 참 사랑인가 보다.
앞으로 나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지, 가정에서든지, 일터에서든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삶을 한 평생 살아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