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조용히 내려앉던 오후였다.
학교를 벗어나 마주한 카페의 풍경은 평소의 회의와는 달리 한결 부드러웠다.
시원한 냉쌍화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는 포근하게 번져 갔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웃음을 건네는 순간, 우리는 학부모와 교직원이라는 역할을 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웃이 되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감사 인사는 나직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학교가 한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공간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교무 선생님이 지난해 활동을 하나씩 짚어갈 때에는 사진을 찍던 아이들의 웃음, 소품을 만들며 나누던 수다, 축제 준비로 분주했던 운동장의 공기가 함께 떠올랐다.
그 시간들이 이미 작은 씨앗이 되어 있었음을 느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향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인근 학교와 함께하는 공동교육과정,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을 위한 든든한 한 끼, 경제를 배우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들.
어느 하나 거창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서로의 의견이 겹치고 또 이어지며, 대화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운동회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이 먼저였고, 그 웃음을 오래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뒤따랐다.
팝콘, 아이스크림, 솜사탕 같은 작은 제안들이 오갔지만, 그 안에는 ‘함께’라는 단어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차 한 잔이 비워질 무렵, 나는 오늘의 시간이 참 다정하다고 느꼈다.
학교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이렇게 모일 때 교육공동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카페 문을 나서며 봄바람이 스쳤다.
아이들의 내일도 오늘처럼 따뜻하기를, 그렇게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