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1인 학급 교실의 추억

조급함 대신 기다림으로 채워진 아이와 선생님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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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1인 학급 교실의 추억 관련 이미지 © 코리아NEWS

올해도 대학원 파견 중이라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몇 권의 전공서, 논문 관련 서적들과 자료들을 두고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참을 고민하는 지금의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어떤 날은 교실이 문득 그리워진다.

아이들의 말소리, 쉬는 시간의 소란, 수업을 마친 뒤 혼자 있는 교실의 적막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얼마 전 파일을 정리하다 2021년 학급 일지를 발견했다.

그 해 내 교실에 학생은 한 명이었고 둘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드레그를 하며 내리는 문장 사이사이에 그 때 교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학생이 한 명인 교실은 꽤나 조용하다.

둘 중 한 사람만 생각에 잠겨도 교실은 금세 정적이 내려앉는다.

학기 초에는 고요가 어색해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보다  어떻게 이 어색함을 견딜지가 더 고민일때도 있었다.

학생은 차분했다.

말수가 많지 않았다.

자기만의 생각과 취향은 분명했지만 그 생각을 끝까지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그래서 그 해의 내 목표는 학생이 마을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리고 혼자다 보니 책읽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라던가 아무래도 핸드폰을 많이 하다 보니 수많은 정보들에서 진짜를 찾는 것, 그런 것들이 내 고민과 역할이었다.

교실을 가벽과 책장 그리고 사물함을 활용해서 분리하고 학생에게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회피의 공간이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적당히 머무르고 쉬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종종 내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교실은 나아가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머룰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나는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고,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다.

그렇게 작은 일상들이 일지에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자주 산책을 했다.

학교 앞 강이라던가 학교 뒷 산 또는 마을을 그냥 걸었다.

어느날 "선생님은 형 같아요." 라고 하기도 했고 내가 좋아서 4학년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짧고 무심한 말이긴 했지만 긴 편지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1년 동안 작고 느린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쌓여가며 변화하는 아이와 무언가를 많이 조급하게 가르치기보다 기다려 주었던 그 때의 내가 기억에 남는다.

교실이 그리운 이유는 수업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록해두지 않았따면 금세 사라질 것 같아 붙잡았던 장면들 때문이다.

다시 교실로 돌아갔을때 그 때의 나만큼 할 수 있으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