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구석, 유난히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서 있는 목련 나무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은 성격 급한 봄의 전령 같기도 하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깊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수행자와 닮아 있습니다.
겨울 한복판,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이 불 때도 목련은 가지 끝에 보드라운 솜털 옷을 입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멈춰 있는 듯 보였으나, 그 안에서는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올 생명의 에너지를 응축하며 긴 밤을 지새웠겠지요.
올해의 목련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동글이가 우리 집에 온 해에 정성껏 심었던 그 작은 묘목이, 어느덧 훌쩍 자라 첫 꽃망울을 수줍게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도 고독했을 시간을 묵묵히 통과해 온 동글이의 모습이 그 작은 봉오리 위에 겹쳐 보입니다.
집 떠나 홀로서기 해야 했던 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누구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동글이의 지난 2년은 꽃망울이라는 결실을 보였습니다.
목련은 꽃잎이 크고 환해서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북향화(北向花)'라는 애달픈 별칭이 있습니다.
끝부분이 북쪽을 향해 굽어 피는 습성 때문입니다.
임금을 향한 충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제게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정진하는 수험생의 뒷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던 동글이의 지난 시간들을 격려합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응원합니다.
동글이는 목련꽃이 활짝 피어나기 직전의 그 팽팽한 설렘을 느낄 것입니다.
꽃망울이 맺혔다는 것은 이미 동글이 안에 꽃피울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에 얼어붙던 날들을 견뎌냈기에, 동글이가 피워낼 꽃은 그 어떤 꽃보다 순백의 고결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곧 마당 가득 목련의 향기가 번질것입니다.
동글이의 고3 생활도 그 향기처럼 은은하고 단단하게 채워지길 소망해 봅니다.
꽃망울 하나가 터지는 그 경이로운 순간처럼, 동글이의 노력들이 하나둘 결실을 맺어 가장 아름다운 봄의 주인공이 되기를.
동글아, 너는 이미 우리 마음속에 가장 눈부시게 피어난 한 송이 목련이란다.

